전라북도 고창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고인돌 유적과 함께, 백제·고려·조선에 이르기까지 오랜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지역입니다. ‘고창’이라는 이름은 단순한 행정구역 명칭을 넘어, 시대마다 다른 이름으로 불리며 역사적 의미를 품어왔습니다. 본 글에서는 고창 지명의 어원과 변천을 따라가며, 백제부터 조선까지 고창이 어떻게 불렸고, 왜 그렇게 불렸는지를 중심으로 지역의 역사 흐름을 짚어봅니다. 그리고 지금 가장 주목받는 고창의 향토음식들과, 요즘 여행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고창의 가을 명소 5곳을 중심으로, 걷고, 먹고, 쉬기 좋은 코스를 소개합니다. 지금 떠나도 늦지 않은 고창 가을 여행, 이 글로 시작하세요.
고창 지명으로 본 백제~조선 역사 흐름
고창의 가장 오래된 이름은 모량부(牟梁部)로, 『삼국사기』 백제본기에서 등장합니다. 백제는 전국을 다섯 부(部)로 나누었는데, 고창 지역은 마한의 중심지였던 모량부에 속한 것으로 보입니다. ‘모량’은 ‘큰 들판’ 또는 ‘넓은 벌판’을 의미하는 고어로, 현재 고창평야의 지형과도 부합합니다. 백제 말기에는 이 지역을 고사포(古沙浦)라고도 불렀습니다. 고사포는 ‘옛 모래포구’라는 의미로, 당시 고창 일대가 바다와 가까워 해안 항구의 기능을 했음을 보여줍니다. 이는 지금의 동호 해수욕장, 구시포 해변, 곰소만 일대와 연결되며, 고창이 단순한 내륙 도시가 아닌 해양과 내륙을 잇는 교통의 요지였음을 알려줍니다. 또한, 고창 지역에는 백제의 방어 유적 중 하나인 고창읍성(모양성)이 위치해 있는데, 이는 외세의 침입에 대비해 만든 산성으로 백제 후기에 군사적 요충지로서 고창의 전략적 가치가 컸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고려시대에 접어들면서 고창의 지명은 안령(安寧)으로 바뀌었습니다. ‘안령’은 ‘편안할 안(安)’과 ‘고개 령(嶺)’의 합성어로, 지리적 특성상 내륙과 해안을 잇는 고개가 많은 고창의 지형과 관련이 있습니다. 안령이라는 지명은 당시 이 지역이 전쟁과 외침에서 벗어나 평안을 기원하던 의미로도 해석됩니다. 이후 고려 중기에는 행정구역 재편에 따라 강남현(江南縣)으로 명칭이 변경됩니다. 여기서 '강남'은 단순히 ‘강의 남쪽’을 뜻하기보다는, 지역 전체를 포괄하는 명칭으로 사용되었으며, 고창천·동진강 일대를 기준으로 명명된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고창은 고려의 물류 중심지로서 주요 곡창지대였고, 중국 송나라와의 교류도 일부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는 고창의 풍부한 농업 기반과 지리적 중요성이 고려 정부의 주목을 받았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현재의 ‘고창(高敞)’이라는 지명은 조선 태종 13년(1413년)에 처음으로 공식 사용되었습니다. ‘고창’은 한자로 ‘높을 고(高)’와 ‘트일 창(敞)’자를 써서, 높고 탁 트인 평야 지형을 의미합니다. 이는 현재 고창평야의 특징을 그대로 담고 있는 명칭으로, 지리적 특성과 미관, 농업 기반을 모두 아우르는 이름입니다. 조선시대 고창은 전라감영(전라북도청)과 가까운 행정 중심지로 성장했고, 유교문화와 학문, 사림 세력이 크게 성장한 지역 중 하나였습니다. 특히 ‘모양성’이라 불리는 고창읍성은 조선 초기에 다시 보강되었고, 읍치 중심으로 인근 마을이 발전하기 시작합니다. 또한, 고창은 이 시기 전통시장과 교육기관(서원, 향교)이 들어서면서 문화·경제의 중심지로 성장하게 됩니다. 고창향교는 지금도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으며, 이 시기의 고창은 지명뿐 아니라 정치·문화적 위상에서도 중요한 변화를 맞이하게 됩니다.
향토음식 열풍 (지금 가장 인기 있는 전통 맛)
고창을 대표하는 전통 음식으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풍천장어구이입니다. ‘풍천(風川)’이란 ‘바람이 부는 내’라는 뜻으로, 바닷물이 민물로 스며드는 하천 하류의 독특한 지형을 말합니다. 고창의 선운산 일대와 인접한 고창천 하류는 이 풍천 지형을 이루고 있어 예로부터 질 좋은 뱀이 서식하는 지역으로 유명했습니다. 이곳의 장어는 민물장어이지만 바다와 민물이 만나는 곳에서 자라 특유의 고소하고 쫄깃한 맛이 일품이며, 단백질과 지방의 밸런스가 뛰어나 예로부터 보양식으로 사랑받아 왔습니다. 특히 선운산 입구에서 맛볼 수 있는 풍천장어구이는 숯불에 구워내 기름기는 쏙 빠지고 고소함만 남는 것이 특징입니다. 최근에는 전국 맛집 프로그램과 유튜브 먹방 채널에서도 고창 풍천장어가 자주 소개되며, 주말이면 긴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고창을 찾는다면 반드시 맛봐야 할 전통 향토음식 중 하나입니다. 고창은 전국 최대 복분자 생산지로도 유명합니다. 이 지역에서 나는 복분자는 타 지역에 비해 당도와 색감이 뛰어나고, 건강기능성 물질 함량도 높아 ‘약용 과일’로도 불립니다. 이 복분자를 활용한 전통 음식들이 최근 관광객과 로컬푸드 소비층 사이에서 각광받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복분자 한정식이 있습니다. 복분자주, 복분자 소스를 곁들인 생선구이, 복분자 겉절이와 같은 메뉴들이 함께 차려지는 이 전통 한상차림은 시각적 만족도는 물론, 건강과 맛을 동시에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또한, 고창의 일부 전통식당에서는 복분자 즙을 이용한 떡, 약식, 샐러드 드레싱까지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으며, 이는 고창 농산물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좋은 사례로 꼽힙니다. 이와 함께 복분자와 함께 곁들여 먹는 고창 한우 또는 고창 오리백숙도 인기 있는 메뉴입니다. 복분자의 향긋한 풍미가 기름진 고기와 절묘하게 어울리며, 지역 특산물을 이용한 향토미식으로서의 가능성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고창은 서해안에 접한 지역으로, 바닷바람(해풍)을 맞고 자란 농산물들이 풍미가 깊고 저장성이 높기로 유명합니다. 특히 고창의 배추, 무, 고춧가루는 김장철이 되면 전국 각지로 판매되며, ‘고창김치’는 지역을 대표하는 전통 발효음식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고창김치는 일반 김치에 비해 감칠맛이 강하고 아삭한 식감이 오래 유지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는 해풍의 영향을 받은 채소들의 조직이 단단하고 수분 함량이 적당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고창군에서는 매년 김장 축제를 개최해 관광객과 주민들이 함께 김치를 담그는 체험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고창의 갯벌에서 나는 백합조개, 바지락, 꼬막 등을 활용한 전통 해산물 요리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특히 백합탕과 바지락칼국수는 지역 주민들의 일상식이자, 요즘은 도시인들에게 ‘로컬 힐링 음식’으로 통하며 찾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고창의 전통 해산물 요리는 투박하지만 깊은 맛과 정이 살아 있는 음식으로, 자연이 주는 식재료의 가치를 그대로 담아내는 방식이 오랜 시간 이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가을 핫플레이스 BEST 5
1. 선운산 – 고창 가을 명소의 대명사는 단연 선운산입니다. 10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선운산 일대는 붉은 단풍으로 물들며 전국 단풍 여행지 중 상위권으로 손꼽힙니다. 선운산 도립공원 내에는 천년고찰 선운사가 자리잡고 있어, 자연과 문화가 조화를 이루는 산사 여행지로도 인기가 높습니다. 선운산 입구부터 이어지는 단풍 터널은 사진 명소로도 유명하며, 가볍게 등산을 즐기거나 산책을 하기에 안성맞춤입니다. 특히 선운사~도솔암 구간은 자연스레 마음이 정화되는 힐링 코스로 추천됩니다. 사찰 입장료는 3천 원 내외이며, 주차장은 넉넉하게 마련되어 있습니다. 또한 입구 인근에는 풍천장어 거리가 조성돼 있어, 등산 후 지역 특산물을 즐기며 하루 일정을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2. 고창읍성(모양성) – 고창읍성, 일명 모양성은 산책하기 딱 좋은 명소입니다. 고려 말~조선 초에 축조된 이 성곽은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으며, 둘레길을 따라 걷다 보면 고창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도 만날 수 있습니다. 성곽 주변에는 은행나무, 단풍나무, 억새가 어우러져 인생샷 찍기 좋은 포인트가 여럿 마련되어 있고, 아침과 해질녘에는 고즈넉한 분위기까지 더해져 혼자 걷기에도, 연인과 함께하기에도 좋은 장소입니다.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구매하면 해설사 투어도 신청할 수 있으며, 성 내에는 고창 향토문화관, 전통체험장 등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마련되어 있어 반나절 코스로 알차게 추천드립니다. 3. 학원농장 – 사진 찍기 좋은 핫플레이스를 찾는다면 고창 학원농장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드넓은 농장 부지에 계절마다 테마가 바뀌는 이곳은 가을이면 핑크뮬리, 억새, 코스모스가 절정을 이룹니다. 특히 분홍빛 물결의 핑크뮬리 사이를 걷는 길은 SNS 인증샷으로 인기 만점입니다. 입장료는 5,000원 내외이며, 주차장과 카페, 휴게 공간이 잘 마련돼 있어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도 적합합니다. 가을 햇살 아래 걷는 꽃길은 도시의 피로를 잠시 잊게 해주며, 농장 내에서 운영하는 로컬푸드 카페에서는 고창 특산물을 활용한 메뉴들도 맛볼 수 있습니다. 인근에는 복분자 와이너리와 체험농장들도 있으니, 하루 일정을 여유롭게 구성해보세요. 4. 구시포 해변 – 구시포 해변은 붐비지 않아 고요한 낙조를 감상하기에 최적의 장소입니다. 가을 해질녘의 붉은 햇살이 수면 위에 반사되며 만들어내는 풍경은 그 어떤 유명 해변 못지않은 감동을 줍니다. 구시포 해변은 선운산에서 차로 약 20분 거리로, 산과 바다를 함께 즐기기에 좋은 동선입니다. 해변 주변에는 작은 카페, 민박, 펜션들이 있어 당일치기뿐 아니라 1박 2일 여행으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가을바다 특유의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산책하거나, 바닷바람을 맞으며 해안도로 드라이브를 즐기는 것도 좋은 선택입니다. 5. 판소리박물관 & 고창문예회관 – 판소리박물관은 소리꾼 신재효 선생의 업적을 기리는 공간으로, 전통공연·상설전시·체험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판소리에 관심이 없던 사람도 한번 들러보면 우리 소리의 깊이와 정서를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 됩니다. 가을에는 고창문예회관에서 열리는 고창예술제, 가을 국악 공연 등 지역 문화공연도 풍성하게 열립니다. 관광과 문화생활을 함께 즐기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는 코스입니다. 문화체험과 예술공연은 미리 일정 확인 후 예약하면 더욱 알차게 즐길 수 있습니다. 고창의 가을은 그 자체로 하나의 축제입니다. 단풍의 선운산, 역사 깊은 모양성, 핑크빛 학원농장, 낙조가 아름다운 구시포 해변, 그리고 판소리의 고향까지—지금 떠나기에 완벽한 힐링 여행지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가을바람이 부는 지금, 고창에서 감성과 자연, 문화를 모두 느껴보세요.